2년 전 이맘 때 유행에 업혀 지하철 가판대에서 나노 블록 한 팩을 사와 조립 하다 만 적이 있다. 완성될 캐릭터는 미니언즈였는데, 아마 미니언즈가 뭔지도 모를 것 같은 남자 조카가 내 방 모퉁이에서 그 블록 팩을 발견했다. 그리곤 이거 블록 맞냐며, 자신이 조립을 마저 다 하겠다고 달라했다. 이상했다. 그곳에 함께 있었던 다른 조카들은 한 살 더 어린 여자아이들이었는데, 블록을 보고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내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빌려 썼고 예쁜 여자를 그렸다. 그리고 다른 색깔이 더 없냐고 물었다. 충분히 그 나노 블록을 가져가고 싶어할 법도 한데. 조카들을 보면서, 문득 나는 저 시절에 무엇을 가지고 놀았...
지난 연재에서는 ‘여성의 자리를 빼앗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출산의 영역에서 여성 산파가 남성 산부인과 의사에게 밀려난 역사를 다루었다. 이번 글에서는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여성이 자신의 자리와 지위를 잃은 역사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머릿속에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한 사람을 떠올려보자. 그는 남자인가, 아니면 여자인가? 그는 사회성이 좋은가, 아니면 썩 좋지 않은가? 그는 세련되었는가, 아니면 촌스러운가? 또 그가 남자라면 그는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가? 미국 CBS의 시트콤 드라마 ‘빅뱅 이론’의 쉘든처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곧잘 ‘너드nerd’나 ‘긱geek’의 이미지를 갖는다(물론 빅뱅 이론의 쉘든은 프로그래머...
집단지성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위키피디아는 전형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사용 언어와 무관하게 등재된 인물 정보 중 여성은 20%를 넘지 못한다. 왜일까? 위키피디아 편집자의 대부분이 남자다. 2018년 위키미디어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편집자 중 여성은 단 9%. 성별에 더해 서구 중심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참여자의 지역 분포를 보면 서유럽이 50%, 아시아가 20%로, 아프리카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진제공 Jess Wade 이를 바꾸어 보려 매일 매일 과학계의 숨은 영웅을 발굴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의 젊은 여성 물리학자 제스 웨이드(Jess Wade)다. 그는 그동안 잘...
이번 세션에서는 익명화와 사기꾼 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 대화를 이어갔다. 더불어, 고대-근대에 이어 건축, 산업공학, 도시공학, 컴퓨터 공학 등 근현대 시기에 응용 과학/공학 분야에서 성과를 낸 여성 인물들까지 살펴 보았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아 과학과 페미니즘과의 접점을 만들어 낸 여성 연구자들의 이야기도 공유했다....